
[박현 손해사정사의 정당한 보험금 리포트] 병원에서는 ‘수술’이라는데, 보험사는 왜 ‘시술’이라며 거절할까?
“손해사정사님, 의사 선생님이 분명 수술이라고 해서 수술표시가 된 확인서까지 떼어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에서는 수술이 아니라며 수술비 지급을 거절합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다 보면 정말 자주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문의 중 하나입니다. 의사의 안내에 따라 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하거나 처치를 받고 나온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수술’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청구서를 접수한 보험사의 답변은 차갑기만 합니다. “고객님께서 받으신 치료는 약관상 지정된 ‘수술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 시술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입니다. 분명 아픈 몸을 끌고 병원에 가서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았는데, 의사의 말과 보험사의 기준이 전혀 다르다니요. 전문적인 의료 용어와 빽빽한 약관 조항 뒤에 숨어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보험사 앞에서, 소비자는 또 한 번 무력감과 억울함을 느끼게 됩니다.
왜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는 걸까요? 핵심은 바로 병원에서 말하는 의료 행위로서의 ‘수술’과, 보험 약관에서 정의하는 ‘수술’의 기준에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보험 약관에서 인정하는 수술은 보통 ‘기구를 사용하여 생체에 절단(切斷), 절제(切除)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즉, 피를 보고 꿰맸다고 해서 모두 보험금이 나오는 수술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분쟁이 발생하는, ‘보험사에서 수술로 인정해 주지 않는 대표적인 처치’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본인의 보험 약관과 꼭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변연절제를 동반하지 않은 단순 창상봉합술입니다. 상처가 나서 피부를 꿰맸다고 해서 다 수술비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염되거나 죽은 조직을 잘라내는 ‘변연절제’ 과정 없이 단순히 피부만 꿰맨 경우에는 보험사에서 수술이 아닌 단순 처치(시술)로 봅니다.
둘째, 절개, 배농 또는 도관삽입술입니다. 종기나 고름을 짜내기 위해 피부를 살짝 째거나(배농), 관을 넣어 액체를 빼내는 처치 역시 수술비 특약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중이내 튜브 유치술(중이내 환기관 삽입술)입니다. 귀에 물이 차서 튜브를 넣는 시술 역시 많은 분들이 수술로 알고 계시지만, 약관상 수술 정의에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넷째, 추간판 관련 경막외 신경차단술입니다.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을 때 병원에서 흔히 시술하는 신경차단술은 말 그대로 주사를 통한 통증 완화 처치이므로 수술비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다섯째, 체외 충격파 쇄석술입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요로결석을 깨뜨릴 때 쓰는 이 시술은 원칙적으로 절개나 절제가 수반되지 않아 최신 약관 기준으로는 수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절대로 그냥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체외 충격파 쇄석술’과 같은 일부 항목의 경우, 가입한 보험의 ‘시기’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가입한 상품들은 약관이 개정되어 수술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에 가입해 두었던 옛날 보험 약관 중에는 체외 충격파 쇄석술을 수술비 보상 대상으로 명확히 인정해 주는 상품들이 제법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사에서는 소비자의 무지를 이용해, 예전에 가입한 정당한 계약임에도 최근 기준을 대며 안내를 슬그머니 빠뜨리거나 면책을 유도하곤 합니다. “남들도 안 된다니까 내 것도 안 되겠지” 하고 스스로 권리를 내려놓는 순간, 그 정당한 보상금은 고스란히 보험사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내가 가입한 보험의 판매 시기와 당시 약관의 세부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거절당했던 수술비가 정당하게 지급되는 반전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약관의 복잡한 한 줄 뒤에 숨겨진 소비자들의 소중한 권리는, 그냥 가만히 서 있는다고 해서 알아서 챙겨주지 않습니다.
보험은 사고와 질병이라는 위기 앞에 놓인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울타리입니다. 단단해 보이는 거대 보험사의 거절 문구 앞에서도, 정확한 법적·의학적 근거와 약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다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는 충분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억울한 거절 통보에 눈물짓고 계신가요? "어? 내 건 정말 안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절대 먼저 포기하지 마십시오. 차가운 약관 조항에 가려진 여러분의 따뜻한 권리를 찾기 위해, 손해사정사인 제가 언제나 현장에서 여러분의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 끝까지 함께 뛰겠습니다.